직무상 의무위반·경영진 배임 행위 적극 가담 주장에…“지시 따랐을 뿐”
- 재판부 “배임에 적극 관여했다 볼 수 없어…해고는 과도한 징계”
경영진의 부당한 지시를 그대로 따라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해고된 직원이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지난달 10일 50대 남성 A씨가 운수업체 B사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23년 B사로부터 직무상 의무 위반과 배임 가담을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당시 경영진들은 계열사에 자금을 빌려주는 계약을 추진했는데, A씨가 적절한 담보를 확보하지 않은 채 이들의 부당한 지시를 그대로 복종하면서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판정을 요청했으나 ‘징계사유가 존재하고 양정이 적정하다’는 이유로 재차 기각됐다. 이에 A씨는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사측의 징계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전임 경영진과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항을 통보받고 지시를 따랐을 뿐, 구체적인 사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기에 배임 행위임을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재판부는 “실무를 총괄하는 원고가 대여의 위험성이나 채권 담보, 회수 방안에 대해 충분한 검토나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경영진의 결정을 따른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부당한 지시에 응하지 않아야 할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재심판정은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사측은 징계 사유로 원고가 전임 임원들의 배임 행위에 가담했다는 것을 지적하는데, 원고가 탈법적인 수단을 고안하거나 직접 제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징계 사유는 배임행위의 적극 가담 부분을 제외하고 직무상 의무 위반에 한정되는 범위에서만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에, 해고는 지나치게 과도한 징계”라고 덧붙였다.
A씨를 대리한 법무법인(로펌) 대륜 이기은 변호사는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어야만 정당성이 인정되고 이는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며 “당시 A씨가 경영진의 의사 결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고, 지위상 명령에 반하는 업무 처리의 어려움이 받아들여져 지나친 징계임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종철 기자(jckim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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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지시 따라 해고된 직원…法 “부당 해고 인정” (바로가기)